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어느새 4월도 종반으로 향하고 있다.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나이는 속도를 더한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 더욱 절실히 느낀다. 젊었을 적엔 왜 시간이 그리 더디게 가는지 의아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아쉽기만 하다.
필자도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지만, 앞으로 몇 년 후면 일흔이 된다. 가끔은 서글픈 마음도 들지만,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멋지고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살아온 만큼, 이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여행도 하고, 등산도 하며 진정한 삶의 여유를 누리고자 한다. 언론인이라는 직업 덕분에 이곳저곳 많이 다니지만, 그것은'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동일 뿐이다.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짜 여행 아닌가.

최근 친구들과 함께 고창 청보리밭을 다녀왔다. 예전에도 몇 차례 찾았던 곳이라 정이 가고 익숙하다. 지금은 축제 기간이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광활한 청보리밭은 초록빛 물결로 일렁이며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답답했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인생샷을 남기려는 이들로 가득했고,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청보리를 감상하며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청보리를 바라보며 문득 어린 시절 고향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보리를 구워먹던 추억, 그 후 입가가 시커매져서 서로를 놀리던 장난기 가득한 모습까지 생생했다.
필자의 고향에도 예전엔 보리를 많이 심었지만, 지금은 인삼, 고추, 배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고창 학원농장에서 여전히 청보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고 감사했다.
이곳은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도깨비를 비롯한 많은 인기작들이 이곳을 더욱 빛내주었다. 학원농장은 1960년대 초 미개발 야산 33만㎡를 개간해 조성된 곳으로, 현재는 15만 평 규모의 농장으로 성장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뽕나무, 목초, 수박, 땅콩, 장미, 카네이션 등을 거쳐 지금은 경관농업으로 전환, 봄엔 청보리와 가을엔 메밀꽃이 이곳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이번 봄, 초록의 청보리와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감성이 무뎌진 이들도 이곳에 오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풀리고, 자신도 몰랐던 감성에 눈뜨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들과 함께한 하루,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나눈 이야기들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더없이 소중했다. 이 날, 친구들과 함께한 이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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