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청주시 사직동 3지구 재개발 현장이 원주민들의 눈물로 얼룩지고 있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무책임한 공사, 그 속에서 고령 주민들은 일상의 평화를 잃고 삶의 터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3일 토요일, 사직동의 한 주민 이모(78) 씨는 끊이지 않는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다 결국 참다못해 H건설 현장사무실을 찾아 갔으나 건설사는 차가웠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민원을 제기하던 이 씨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손발이 마비되며 쓰러졌다.
의식을 잃기 전, 그는 현장 직원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지만, 그들은 이를 외면했다고 한다. 결국 이 씨는 스스로 힘겹게 구조 요청을 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쓰러진 노인을 외면한 그들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닌, 사직동 원주민들과 건설사 간 갈등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원주민들에 따르면 재개발이 본격화되며 H건설은 피해 측정을 위한 ‘사전계측조사’를 시행했고, 이를 토대로 보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원주민들에게 전달된 보수공사 견적서와 불과 한 달 뒤 제시된 최종 보상액은 충격 그 자체였다. 2억 원 규모로 추산되던 수리비는, 단돈 1만 원으로 축소됐다. H건설이 제시한 근거는 ‘변화가 없다’는 사전계측기 수치였다.

사진설명: 집회도중 한 원주민이 실신해 주민들이 돌보고 있는 모습
문제는 이 계측기 설치조차도 원주민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2022년 1월경, 건설사 측은 주민의 주택 외벽에 무단으로 장비를 설치했고, 이후 건물 외부 수치만을 기준으로 피해 여부를 판단했다. 정작 다수 주민이 호소하는 내부 균열과 누수에 대한 조사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외면당했다.
피해를 입증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주민들은 결국 거리로 나섰다. 매일 아침, 청주시청 앞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한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H건설도, 청주시도 묵묵부답이다.
사직동은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지속되는 공해와 피해는 곧바로 주민들의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이 씨가 쓰러지고 일주일 뒤, 또 다른 주민 맹모 씨도 집회 도중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 사직동에서 벌어지는 재개발은, 단순한 도시 정비가 아니다. 이는'사람 없는 개발'의 전형적인 민낯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개발은,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것 아닌가.
이제는 건설사도, 지자체도 귀를 열고 대답해야 할 시간이다. ‘돈’을 위한 개발이 아닌, ‘사람’을 위한 개발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직동 원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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