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전남의 한 소방관서에서 간부 공무원이 자녀의 결혼 소식을 전하기 위해'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는 물론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은 화재, 재난, 각종 위급 상황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마련된 중요한 시스템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분초를 다투며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소방 조직에서, 이 시스템은 말 그대로 생명을 지키는 비상 수단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자녀의 결혼식 일정을 알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니, 공직기강 해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9일, 순천소방서의 한 직원은 전남소방본부의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통해 고위 간부 자녀의 결혼식 일정, 장소, 심지어 축의금 계좌번호까지 포함된 메시지를 4,500여 명의 소방공무원에게 발송했다.
개인적인 경조사를 알리기 위해서는 모바일 메신저, 청첩장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그리고 왜 감히,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을 이용한 것인가. 자녀 결혼 소식이 그렇게까지 ‘긴급’했던 것인가?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공적 시스템의 사적 이용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기본적인 자세와 윤리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동료 소방공무원 입장에서는 긴급재난 상황인 줄 알고 시스템을 열었다가 경조사 안내를 받았을 때의 허탈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내부 게시판에는 “비상발령 시스템이 알림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일부 직원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해 경조사를 전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단호하게 막지 못하고 관행처럼 흘러온 조직 문화가 결국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자녀의 결혼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경사를 알리는 방식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 조직에서는, 사소한 메시지 하나조차 신중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당 간부는 깊이 성찰해야 하며, 조직 전체도 공적 시스템의 운영과 관리 체계를 철저히 재정비해야 한다. 경조사 알림 하나가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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