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밤새 비가 내렸다. 후텁지근하던 더운 공기를 식혀주어 한결 숨 쉬기 편해졌다. 올해는 유독 비도 자주 오고, 날도 무척 덥다고 한다. 아직 초여름인데 벌써부터 더위가 극성이라, 생활이 불편하고 괜스레 짜증도 치밀곤 한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이기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올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날이 더우면 자연스레 에어컨을 자주 틀게 되고, 전기 요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료까지 오르니, 서민들에게는 이중고다.
해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오르고, 날씨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이러다 보니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시름도 깊어져 간다. 갑작스러운 냉해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거나, 가뭄으로 말라죽는 일도 흔하다.
농사를 잘 지어야 일 년이 편할 텐데, 농민들의 얼굴엔 벌써부터 걱정이 가득하다. 풍년을 기약하며 씨앗을 뿌리지만, 기후변화는 그들의 수고에 늘 변수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린 땀만큼 좋은 결실이 맺혀 농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를 바란다.
나 역시 주말이면 세종에서 괴산 농막으로 향한다. 400여평의 밭에 조경수 나무와 고구마를 심어두었기 때문이다. 최근 내린 비 덕분에 농막 주변과 밭에 잡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지난주에도 풀을 뽑았건만, 어느새 다시 무성해져 있었다.
풀을 뽑고 또 뽑아도 금세 자라나는 모습에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나의 삶이자 운명이라 여기며 부지런히 나무를 돌보고 주변을 정리한다.
내 손길이 닿은 풀밭은 금세 정돈되고,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의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괴산은 물 맑고 산세가 아름다워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질리지 않는다. 농막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시골의 조용함과 평온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이곳, 그 속에서 나는 안정과 위로를 얻는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처럼 오직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소리들은 나에게 큰 선물이다.어느새 작은 새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와 놀자며 지저귄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새도 기분 좋게 화답한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새와 함께하고, 나무를 가꾸고, 글을 쓰는 시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다. 도시에서 업무에 치이고 스트레스를 받던 내가, 괴산 농막에 오면 말끔히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이곳은 나만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정원이다. 나이 들며 이렇게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하고 행복하다. 다른 어떤 것에도 부럽지 않다.
비록 소소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중년의 삶이 아닐까.하루가 저물어가지만,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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