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농촌은 그야말로 비명 소리조차 메말라가는 상황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옥수수를 비롯한 각종 밭작물의 생장이 멈추고, 뿌리까지 메마르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주에서 밭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지금이 가장 물이 필요한 시기인데, 물이 없어 작물이 속절없이 타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그의 밭에 심긴 들깨는 폭염에 생기를 잃고 축 늘어진 채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들깨뿐만이 아니다. 참깨, 옥수수 등 대표적인 여름 작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가뭄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는 농작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땅을 촉촉이 적셔줄 정도의 강수량이 있어야 하나, 요즘같이 마른장마가 이어지는 날씨에선 가뭄 해갈은 요원하다.
관정을 설치해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농가는 그나마 버틸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속수무책이다.
과수 농가도 피해가 심각하다. 청주의 한 복숭아 밭은 더위에 지쳐 성장이 멈췄고, 일부는 고사했다. 한창 알이 영글어가야 할 시기에 생육이 멈추자 복숭아는 크지도 못하고 낙과되었다. 밭바닥에 나뒹구는 복숭아는 농민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작황이 나빠지면 공급량이 줄고, 결국 소비자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는 이중고다.
이러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농가는 그야말로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라, 일상화된 위험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현상에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가뭄 대비 수자원 인프라 확충, 관개시설 설치 지원, 농작물 재해보험의 실효성 강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타들어가는 밭을 바라보며 속만 태우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이번 비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희망’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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