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 시인.수필가
거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강 건너 어느 집이 불타고 집주인과 그 식솔들이 울부짖고 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봐라, 아무리 좋은 집이 있어도 불나면 없느니만 못하다. 우리는 집이 없으니 불날 일도 없고 불이 나도 탈 것도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그러니 너는 아버지를 잘 둔 것이다.
요즘 신문을 보면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그 거지 아버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자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단어들과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 신문을 장식한다. 경제에는 문맹(文盲)이라 증권투자 등 돈을 굴릴 줄 모르는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안목(眼目)이 없을 뿐 아니라 시도해볼 경제적 여력도 없어서 아예 그냥 가난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소극적인 행태의 삶이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고 작금의 시대상에 맞지 않는 삶으로 좀 빈곤하더라도, 인간은 가치 있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모두 돈을 보고 삶을 사는 것 같다. 돈이면 제일이고 돈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전관예우로 축재를 하는 세상, 지위가 높으면 큰 도둑이고 지위가 낮으면 작은 도둑이라는 세상, 권한과 권력은 축재의 수단이 됐다는 세상, 뇌물은 받은 사람만 처벌해야 나라가 깨끗해질 테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상, 세상은 법과 원칙이 움직여야 되지만 로비(학연․지연․혈연 등의 빽, 금품,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가 움직인다는 세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상, 먹는 사람 나쁘다고 하지 말고 먹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할 세상이다.
돈을 모으는 과정(過程)에는 상관없이 누가 빨리, 더 많이 부(富)를 축적하여 편하고 안락하게 인생(人生)을 사느냐에 경쟁(競爭)을 하며 살아간다. 오직 나만 더 많이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도무지 못 참는다.
모두가 썩어가고 있는 것은 가치관(價値觀)이 없는 삶의 결과이다.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평생을 소신 있게 살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쉽게 이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바로 가치관의 문제이다. 가치관 없이 어떠한 것을 추구한다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역사에 특별한 흔적을 남기고 간 사람들을 보면, 마냥 세파에 떠밀려 살아온 것이 아니고 치열하게 자신(自身)과 환경(環境)에 항거(抗拒)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산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난 사람과 든 사람은 많지만, 된 사람이 너무나 적지 않나 싶다.
자본주의(資本主義) 시대에 돈이 나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돈 좋은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바보와 성인군자(聖人君子) 밖에 없다.
요즘 취업하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서울대 학사과정을 나와도 대학원 진학자를 뺀 순수 취업률이 50%도 되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外換危機)는 수많은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다. 공무원의 주가를 상종가로 끌어올렸고 전국의 교대를 연고대 수준으로, 한국교원대를 서울대와 연고대의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공무원(公務員)의 꽃이라는 사무관(5급 공무원)의 보수가 중견기업(中堅企業) 수준이며 대기업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45세 정년이라던 대기업의 정년도 60세 정년이 의무화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8년부터 최고의 인재들이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나라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취업(就業)은 의사나 판검사가 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기업에 취업하면 최선이고, 사무관(5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교사로 취업하거나 중견기업에 취업하면 차선이며, 9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순경으로 취업해도 선망(羨望)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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