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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 폭염에 선풍기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회”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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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연일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가마솥 더위가 한반도를 휘감고 있는 가운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선풍기를 켰다는 이유로 일부 입주민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을 미쳤나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된 호소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 호소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경비실에 에어컨도 없습니다. 더운 날씨에 선풍기 좀 튼다고 치우라는 주민이 계십니다. 경비원이 근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세요.”

얼마나 참담했으면 이런 글을 붙였을까요. 경비원도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입주민의 행태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습니다. 만약 그 입주민의 가족이 경비 업무를 하고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나듭니다. 그런 날씨에 경비원이 잠시 선풍기 바람을 쐰 것이 공공요금이 아깝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 일—과연 이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민낯이어야 합니까?

에어컨 설치는 못 해준다 하더라도, 선풍기조차 못 쓰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경비원들은 단순히 아파트를 지키는 일만 하지 않습니다. 잡초 제거, 청소, 각종 관리 업무 등 아파트가 쾌적하고 안전하도록 묵묵히 일하는 분들입니다.

한 입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아파트 경비원들은 연로하신 분들이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십니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만 쐬는 분들이 아닙니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선풍기 바람이라도 쐬겠다는 게 그렇게 문제입니까?”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갑을관계’라는 오래된 사회의 병폐가 여전히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힘없는 이들을 향한 무시와 조롱은 더 이상 묵과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비원이 있기에 우리의 아파트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단 몇 명의 몰지각한 입주민 때문에 선량한 다른 주민들까지 욕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경비원도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답게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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