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연 시인.수필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이발소의 이발사가 전화를 걸어와 과(過)하다고 할 만큼 흥분된 어조(語調)로 울분(鬱憤)을 토했다고 한다.
정오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이발소로 들어와 할아버지가 이발과 염색을 같이 하면 얼마냐고 묻길래 2만원이라고 했더니,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근처에 더 헐한 이발소가 없느냐고 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 봤다.
멋진 중대형 승용차의 운전석에는 어린이의 아버지가, 뒷좌석에는 별(別)로 밝지 못한 얼굴색을 한 노인이 예쁘게 미용까지 한 애완견을 안고 무표정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린이의 물음과 이 같은 장면을 목격한 이발사는 현재의 상황에 짐작이 갔다. 할아버지의 이발비를 아끼기 위해 아버지가 손자를 시켜 이집 저집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발사의 격노한 어조(語調)가 전화기를 통해 귀가 아프도록 들려왔다고 한다. 노인네가 정말 이발비가 없어 헐한 곳을 찾는다면 오시라고 해 무료로라도 해드리고 싶지만, 멋진 승용차(乘用車)에 없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자식(子息)을 시켜 저런 되먹지 못한 행동을 하는 걸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아 울화(鬱火)가 치민다는 것이다.
어린 손자 녀석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도 나중에 아버지의 이발비를 아끼기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러 다닐까. 요즘 애완견 털 깎는 비용도 소형견은 3만원~5만원, 대형견은 10만원도 하는데 자신의 아버지 이발비 2만원도 아깝다니, 정말 세태를 탓할 수만도 없고….
옛날 어느 고을에 총명하고 마음씨 착한 봉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우연히 안방에서 부모님이 나누는 밀담을 듣게 됐다.
그날 밤 봉이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내일(來日)이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대로 할아버지를 산에다 버리고 올 것이 뻔했다. 봉이는 할아버지가 가여워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기르실 때는 얼마나 귀여워하셨을까. 얼마나 소중(所重)한 자식(子息)으로 생각하셨을까. 이를 생각하니 부모(父母)님이 미워졌다. 그러다가 봉이는 문득 한 가지 묘안(妙案)이 떠올랐다.
드디어 산속 깊은 곳에서 아늑한 장소(場所)를 발견(發見)했다. 저 바위 아래가 좋겠군. 아버지는 중얼거리며 그곳에다 지게를 내려놓았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지게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잠든 것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봉이를 데리고 재빨리 그곳을 떠나려 했다. 아버지, 저 지게는 가지고 가야지요. 아니다 할아버지를 지게에서 내려놓으면 깨실지도 모르니 우리는 그냥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아버지는 봉이의 팔을 끌었다. 안 돼요 아버지, 저 지게를 꼭 가져가야 해요. 봉이는 고집스럽게 버텼다. 아니 왜 꼭 지게를 가져가겠다는 거냐. 아버지가 짜증스러운 듯이 말했다. 당연하잖아요. 이다음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늙고 병들면 저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산에다 버릴 때 저 지게를 써야지요.
마음씨 곱고 지혜로운 아들 덕분에 자신의 불효를 깨닫게 된 아버지는 그 뒤 누구보다도 할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孝子)가 됐다. 봉이의 부모님은 내가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으면서 어찌 자식이 나에게 효도하기를 바라겠는가.라고 했던 옛 성현의 가르침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효도는 백행의 근본이며, 죄 중에 가장 큰 죄가 바로 불효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회 현실은 다소 괴리가 있다. 이미 도래한 초고령사회, 더 이상 개인의 효도만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떠오르는 고민은 노부모 부양이다. 부양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 이제 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는 셀프부양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으레 자식이 모시는 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부모 부양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부양 방식을 고집하는 가정은 이제 거의 없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가구의 대부분은 자식과 따로 살고 있다. 자식이 부모와 따로 살면서 부모를 돌보는 형태로 부양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집에서의 부양은 불가능하다.
셀프부양을 준비하지 않으면 장수(長壽)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자식에게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면 과연 우리의 노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진정한 셀프부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제도적인 뒷받침, 그리고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서적 부양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머지않은 장래에 백세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며 불로초(不老草)를 찾아 헤매던 중국의 진시황(秦始皇)은 50세에 생(生)을 마감했지만, 인류의 오랜 꿈인 장수(長壽)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백세시대는 인류의 재앙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정부와 국민은 백세시대에 걸맞은 사회안전망 구축과 노후대책을 세우고 셀프부양을 준비해야 한다.
취업(就業)은 의사나 판검사가 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기업에 취업하면 최선이고, 사무관(5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교사로 취업하거나 중견기업에 취업하면 차선이며, 9급 공무원으로 취업하거나 순경으로 취업해도 선망의 대상이다.
■ 참고 사항
1. 대통령 연봉(2025년) : 2억6천258만1천원
2. 의사 연봉(2022년, 전공의 제외) : 3억100만원
3. 의사 연봉(2025년 전문의) : 4억원 이상(추정액)
4. 판사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3,536,500원
5. 검사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3,536,500원
6. 사무관(5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799천원
7. 교사(기본급, 9호봉(일반직 공무원 1호봉), 2025년) : 2,366천원
8. 주사(6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309천원
9. 9급 공무원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001천원
10. 순경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001천원
11. 경위 월급(기본급, 1호봉, 2025년) : 2,35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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