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오늘은 처서입니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로, 여름이 지나고 더위도 물러나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 하여'처서'라 불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연일 한낮 기온이 33도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어 일상생활마저 불편합니다. 햇볕 아래 서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지경입니다.
하지만 조석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하루 종일 더위에 지친 몸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순간입니다. 머지않아 이 더위도 점차 수그러들고, 가을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겠지요.
곡식이 결실을 맺고, 벼가 누렇게 익어가며 산천은 붉고 노랗게 물들 것입니다. 가을은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시원한 날씨에 맛 좋은 과일까지 넉넉히 먹을 수 있어 더없이 좋습니다.
주말을 맞아 열흘 만에 괴산의 농막을 찾았습니다. 심어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히 노나무는 어른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자랐고, 잎은 사람 얼굴을 덮을 만큼 큽니다. 허전했던 농막 주변은 어느새 에메랄드그린과 노나무 잎으로 둘러싸여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솔직히 나무가 이렇게 빨리 자랄 줄은 몰랐습니다. 물을 주고, 거름도 주며 정성껏 돌보다 보니 이처럼 튼튼하게 자라주었습니다. 결국 무엇이든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닿아야 온전히 자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소나무와 아카시아나무도 예전과는 다르게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농막 주변의 작지만 분명한 변화 속에서 그간의 노력과 보람을 느낍니다.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100미터 아래 지하 암반수에서 올라온 지하수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수돗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청량함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산과 강을 바라보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 잠시 머무는 이 시간은, 마치 신선놀음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심의 복잡함을 벗어나 산 좋고 물 맑은 이곳에서, 잡념을 떨치고 보내는 시간은 마음에 진정한 평온을 가져다줍니다. 이곳 농막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잡초를 뽑고 나무를 가꾸며 보내는 하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어머니 품 같은 이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도 행복한 꿈나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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