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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에세이]고장 난 냉장고 앞에서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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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세컨하우스를 보름 만에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음식물 냄새가 집 안을 가득 메웠다. 이게 무슨 냄새일까 싶어 곧장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안에 보관해 두었던 반찬과 음식물들이 모두 상해 있었다. 매캐하고 시큼한 악취가 냉장고 안에서 진동했다.

반찬들은 이미 못 쓰게 되어 있었고, 남겨둔 된장과 고추장은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여 서늘한 곳으로 옮겼다. 냉장고 문을 열어두고 환기를 시켜 보았지만,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납득이 가지 않았던 건, 이 냉장고가 구입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불편함을 안고 냉장고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리를 요청했다. 다행히 이틀 만에 수리 기사가 찾아왔다. 그는 내부 부품을 점검하더니, 회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다음날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하루만에 다시 찾아온 그는 회로를 교체해 보았지만, 이번에는 콤프레서(압축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또다시 부품을 가져오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이틀 연속 방문한 기사였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켠이 답답했다. 냉동이 되지 않는 증상이라면 비교적 쉽게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경험도 많아 보이는 기사조차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듯했다.

며칠 뒤면 명절이고, 그 기간 동안 이곳에 머물 계획이었기에 더욱 걱정스러웠다. 냉장고가 고장 나니 일상이 얼마나 불편한지 절감하게 되었다.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고, 반찬은 보관할 곳이 없어 아깝지만 대부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불편함 속에서도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냉장고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여닫던 냉장고 문 너머에는 과학기술이 만든 수많은 편리함이 숨어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이라면, 상한 음식을 자주 마주하며 이런 불편함이 일상이었겠지.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가전제품 하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고장 난 냉장고 앞에서 필자는 결국 문명의 고마움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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