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명절이라 외손자들이 집에 왔다. 모두 남자 아이로, 큰 아이는 여섯 살, 작은 아이는 세 살이다.
여자아이들과는 다르게 노는 것부터 다르다. 뭐 하나 얌전한 게 없다. 장난감 하나를 두고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기 일쑤고, 심지어 장난감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뛰어다니는 건 기본이고, “하지 마라” 하면 꼭 그걸 더 한다.
집안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된다. 어디 조용히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청개구리처럼 시키는 대로는 절대 안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손자들이 오면 정신이 쏙 빠진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사람, 그러니까 할머니는 손자들의 어리광을 다 받아준다는 점이다. 놀아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밥도 차려 먹여준다. 손자들도 그걸 아는지 집에 오기만 하면 할머니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녀석들을 쫓다 보면, 어느새 집사람도 지쳐 보인다. 모든 할머니들이 비슷하겠지만, 유독 우리 손자들이 더 극성맞은 것 같다. 한 시간만 놀아줘도 진이 다 빠져버릴 지경이니까.
그래도 자주 오는 건 아니다. 명절이나 큰일이 있을 때나 오니, 그때만큼은 손자들이 원하는 걸 웬만하면 다 들어주게 된다. 예전엔 자식이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요즘은 손자들이 더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말썽꾸러기 손자들이 오니 집안에 활력이 넘친다. 시끄럽고 정신은 없지만, 사는 맛이 난다.
할머니 집이니까 그런가 보다. 엄마처럼 혼내는 사람도 없고, 할머니는 울면 받아주고, 사달라면 다 사주니까. 녀석들도 그걸 아는 거다.
손자들이 있는 며칠 동안은 분명 힘들다. 그런데 막상 가고 나면 집안이 절간처럼 조용해진다. 아, 조용하니 좋다… 하다가도, 곧 보고 싶어진다. 시끄러웠던 소리들이 그립고, 어질러진 방이 허전해 보인다.
비록 손자들이 집안을 전쟁터로 만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지치게 하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이 있어 우리 집엔 웃음이 넘친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자들.
손자들아, 건강하게, 튼튼하게 자라다오. 그리고 가끔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도 와서, 이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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