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며, 숨이 턱턱 막히고 밖에 나가기도 힘들 정도였죠. 일상이 불편할 만큼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과연 가을이 오기는 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그 계절은 찾아왔습니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자연은 제때에 찾아오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더위에 지쳐 ""못 살겠다""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얇은 이불을 덮고 자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졌고, 주변에서는 ""춥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가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듯합니다.
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들녘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들판 곳곳에는 수확에 바쁜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황금 물결처럼 일렁이는 논은 마치 노란 물감으로 물들인 듯 아름답고, 그 풍경 안에는 농부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밭 한쪽에는 고소한 참깨가 베어진 채로 서 있습니다. 비가 자주 와서 깨를 털지 못하고 그대로 세워두었나 봅니다. 올가을은 유난히 비가 잦습니다. 때를 놓친 비는 이제 더 이상 반가운 손님이 아닙니다.
여름 내내 애써 가꾼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비, 농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비는 오히려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젠 부디, 비가 멈추길 바랍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인 만큼,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올해도 풍년이 들어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에는 단풍이 조금씩 물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절정을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붉게 물들 가을 산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형형색색 단풍만 보아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고, 그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은행잎도 서서히 노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괴산 문광저수지의 은행나무길은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입니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은행나무길을 걷다 보면, 그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며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지요. 해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찾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추억은 삶의 에너지입니다. 친구, 가족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계절은 하나의 주제가 됩니다. 그 속의 사색은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좋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스며드는 기억들과 과거의 추억은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올가을은 왠지 더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계절의 아름다움 속에서, 바쁘게만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을 남기고 싶습니다.
자연이 전하는 계절의 메시지처럼, 가을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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