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깊어가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11월의 첫 주말, 괴산의 한 작은 면 지역인 사리면이 유난히 활기를 띠었다. 바로 ‘사리면발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첫날부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큰 성황을 이뤘다. 규모는 작지만 프로그램은 알차고, 그 열기만큼은 어느 대형 축제 못지않았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이삭에서 면발까지’. 이름처럼 밀 이삭이 면발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농촌에서도 밀밭을 보기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밀 수확부터 제면까지 전 과정을 가까이서 보고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밀 이삭을 손에 쥐니, 문득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밀밭 사이를 뛰놀며 숨바꼭질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난감 하나 없던 시절, 우리는 구슬치기, 자치기, 땅따먹기 같은 놀이로 하루를 보냈고, 여자아이들은 공기놀이와 고무줄놀이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뒤돌아보면 그 시절의 소박한 즐거움이 더없이 따뜻하고 정겨웠다. 그래서인지 이번 면발축제를 보며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축제의 첫날에는 ‘면발왕 선발대회’가 열려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사리면의 16개 마을이 직접 만든 면 요리를 선보였는데, 마을마다 조리법도 다르고 개성도 뚜렷했다. 다양한 향과 색깔, 모양의 면발이 한자리에 펼쳐져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자극했다.
필자는 원래 면 음식을 좋아한다. 따뜻한 국물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의 식감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예전 시골에서 일을 도와주고 새참으로 국수를 먹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이번에는 특별히 팥칼국수를 한 그릇 맛보았다.
고소한 팥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그야말로 별미였다.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없어져도 모를 맛”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먹거리도 풍성했다. 직접 만든 오색 찐빵은 찰지고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그 맛이 워낙 좋아 금세 매진될 정도였고, 두세 개만 먹어도 든든했다.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작은 시골 마을의 축제라 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와보니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모두 풍성했다. 밀밭 향기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웃고 맛보고 체험한 시간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벌써부터 내년 축제에서는 또 어떤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반겨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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