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남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 늘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 베풀 줄 모르고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고 존경의 대상이 된다. 반면 재산이 많다고 입버릇처럼 자랑하면서도 단돈 천 원 쓰기를 아까워하는 인색한 사람 곁에는 결국 사람이 남지 않는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일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겸손함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듯 오만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겸손한 사람에게는 자연히 다가가고 싶어지지만, 잘난 체만 늘어놓는 사람에게서는 이유 없이 마음이 멀어진다. 주는 것 하나 없어도 괜히 밉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요즘은 흔히 ‘자기 PR의 시대, 스피치의 시대’라고 한다. 어떤 이는 PR을 ‘피 터지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이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공장에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훌륭한 물건을 만들었다고 해보자.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홍보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무엇이 장점인지 알려야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취직을 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소개한다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상대에게 알려주는 과정이다. 적당한 자기 PR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문제는 ‘적당함’을 넘어설 때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과장된 자랑을 늘어놓는다면, 듣는 이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전문 분야에서 능력도 뛰어나고, 말솜씨는 물론 노래와 춤까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 게다가 부동산 등 상당한 재산을 가진 알짜 부자이기도 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으니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나 그분의 자랑은 지나치다. 만날 때마다 자신이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자신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지만, 반복될수록 자랑은 식상해지고 사람은 가벼워 보이기 시작했다. 좋은 자랑도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지나치면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돌아선 자리에서는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적당한 자기 PR은 보약이 되지만, 지나친 자랑은 독이 된다.
더 안타까운 점은 그분이 재산 이야기를 즐겨 하면서도 정작 돈 쓰는 데는 몹시 인색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밥 한 끼쯤은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상대가 대접했다면, 다음에는 자신이 살 줄 아는 센스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분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남의 돈으로 먹는 자리는 좋아하지만, 자신이 먼저 제안하거나 계산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꼭 틀린 말만은 아닌 듯하다.
한편 우리 주변에는 평생 모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얼마나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일인가. 그분들이라고 돈이 아깝지 않겠는가. 하지만 인재를 키우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큰 행복을 준다. 기부를 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돈은 결국 죽어서 가져갈 수 없다. 살아 있는 동안 의미 있게 쓰고, 주변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베푼 사람에게는 결국 복도 따라온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나누었는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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