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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취재본부장
저녁을 먹고 한가로이 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을 보니 낯선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누군가 볼일이 있어 걸었겠지.’ 마음을 정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택에 사는 외손자였다.
“서준아, 핸드폰 누구 거야?”
“엄마가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줬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손자가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조차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로서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아장아장 걷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초등학생이라니. 세월의 빠름을 새삼 실감했다. 이제는 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걸 줄도 알고, 말도 제법 어른스럽게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휴대전화를 먼저 사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를 마치면 아이들은 곧장 학원이나 태권도장으로 향한다. 부모가 데려다주기도 하지만, 맞벌이 가정에서는 학원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는 아이가 학원에 잘 도착했는지, 차는 제대로 탔는지 늘 마음이 쓰인다. 휴대전화는 그런 걱정을 덜어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었다. 직장에서 일하는 부모에게는 안심을, 아이에게는 보호막을 주는 셈이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전화기 구경조차 쉽지 않았다. 시골 마을에는 이장집에만 전화가 한 대 있었다. 급한 일이 생기면 그 집을 찾아가 전화를 걸었다. 밭에서 일하다가 연락이 오면, 허겁지겁 이장집으로 달려가 수화기를 붙잡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에는 그런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겼다.
지금 같은 첨단 시대에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라고 하면 아마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은 눈부시게 변했고,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 훨씬 편리한 삶을 살고 있다. 휴대전화 하나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세계 어느 나라와도 바로 통화할 수 있다.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는 또 다른 모습도 있다.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 이내 시선을 휴대전화로 돌린다. 검색을 하고, 영상을 보고, 각자의 세계에 빠져든다. 예전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떠들던 풍경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휴대전화가 참 고맙다. 내가 어릴 적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물건을, 손자는 초등학생이 되자마자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할아버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손자는 아마도 매일 전화를 걸어올 것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 줄 게 분명하다. 친구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운동장에서 있었던 작은 사건들까지도 말이다.
손자의 재잘거림을 매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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