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취재본부장
완연한 봄이다. 한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길 만큼 따뜻해지자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벗고 가볍고 밝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세상마저 한층 환해진 듯하다.
봄이 되면 나무를 사려는 사람들로 나무시장은 늘 북적인다. 나 역시 최근 농막에 나무를 심기 위해 전의면의 한 농원을 찾았다. 그곳에는 소나무, 목련, 향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나를 반겨주었다.
도시의 회색 콘크리트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싱그러운 나무와 알록달록한 꽃을 마주하니 기분이 한없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마음이 깊이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아내와 함께 넓은 농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나무와 꽃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전문가의 손길로 자란 나무들은 확실히 남달라 보였다. 사실 나는 해마다 봄이면 나무를 심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나무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을 몰라 소중한 생명을 잃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나무를 살 때마다 농원 사장님께 키우는 방법을 꼼꼼히 물어보고, 메모해 두었다가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예전보다 나무를 죽이는 일이 훨씬 줄어들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목련 두 그루, 장미 두 그루, 소나무 네 그루와 여러 꽃을 구입했다. 특히 목련은 봄에 활짝 피면 그 아름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순백의 꽃잎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보는 이의 눈까지 맑게 만들어준다.
꽃을 감상하는 즐거움뿐 아니라 목련 꽃봉오리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목련차는 비염과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주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따뜻하게 우려 마시면 그 효과를 더욱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은 찻집에서도 인기 있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나 역시 매일 아침저녁으로 목련차를 마시다 보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목련과 함께 넝쿨장미 역시 내가 좋아하는 식물이다. 예전에 한 장미 축제장에서 터널처럼 이어진 장미길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아름다움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그 길을 걷는 동안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지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농막에도 넝쿨장미를 심어두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공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구입하게 되었다. 흔히 보던 붉은 장미 대신 노란 장미를 선택한 것도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썰렁하고 휑했던 농막이 에메랄드 나무와 소나무를 심으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목련과 넝쿨장미, 봄꽃들까지 더해진다면 한층 더 아름다운 동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커진다.
도시의 매연과 탁한 공기를 벗어나 공기 맑고 산세 좋은 괴산의 농막에서 주말을 보내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밭을 일구고 잡초를 뽑으며 나무를 가꾸는 일은 때로 힘들고 고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일하고 취미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행복이다.
아내와 함께 나무를 사서 돌아오는 길, 마음은 마치 큰 부자가 된 것처럼 풍요로웠다. 머릿속에는 벌써 그림 같은 집과 꽃동산이 그려지고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참으로 행복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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