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는 국제화 시대다. 여행은 물론 회사 업무 등으로 외국을 오가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낯선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특히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소중한 돈이나 귀중품을 잃어버린다면 그 당혹감과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순간 누군가의 도움은 한줄기 빛처럼 다가오기 마련이다.
최근 부산을 찾은 한 대만 관광객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이 관광객은 택시에 지갑을 두고 내렸는데, 지갑 안에는 가족여행에 사용할 현금 130만원과 귀중품이 들어 있었다. 더욱 난감한 것은 자신이 탄 택시의 차량번호조차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을 것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을 것이다.
결국 그는 부산의 한 파출소를 찾아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낯선 여행지에서 곤경에 처한 외국인 관광객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
경찰은 관광객이 택시에서 내린 지점 주변에 정차해 있던 버스를 추적했고,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당시 주변을 지나던 택시의 차량번호를 확인했다. 이후 해당 택시기사를 찾아 연락했고, 다행히 관광객이 잃어버린 지갑을 무사히 되찾아 줄 수 있었다.
경찰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낯선 땅에서 어려움에 처한 관광객에게 큰 힘이 된 것이다. 지갑을 되찾은 대만 관광객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한국 경찰과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고, 마치 내 일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 모습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한국인이 외국에서 여행하다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과연 이처럼 따뜻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나 친절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번 사례는 우리 사회가 가진 배려와 공동체 의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국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만큼 예의와 정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제는 경제와 문화뿐 아니라 시민의식과 친절에서도 세계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나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만큼,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사건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낯선 이방인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경찰과 택시기사의 행동은 대한민국의 따뜻한 정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친절이 한 나라의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다. 대만 관광객에게 이번 경험은 한국 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 가운데 하나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국에서 정말 따뜻한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K-컬처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지금, 진정한 한국의 매력은 문화 콘텐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이라도 내 일처럼 나서는 책임감, 그리고 외국인에게도 정을 나누는 우리의 모습이야말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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