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일구이언(一口二言)'이라는 말이 있다. 한 입으로 두 가지 말을 한다는 뜻으로, 같은 일에 대해 말을 이랬다저랬다 바꾸며 신뢰를 저버리는 태도를 비판하는 사자성어다. 사람 사이에서든, 장사를 하는 데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한 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세종시에 있는 한 타이어 전문점을 찾았다. 방문하기 전날 미리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차종을 설명하며 타이어 네 짝을 모두 교체하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물었다. 직원은 타이어 인치가 몇 인지 물었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확한 규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규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며, 내가 짐작하는 인치 수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견적을 알려주었다. 이전에도 그곳에서 타이어를 교체한 적이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믿고 방문했다.
다음 날 오전, 차를 몰고 약 25분을 달려 타이어 전문점에 도착했다. 할인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고, 매장은 예전처럼 낯설지 않았다. 당시 손님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점주는 방문 목적을 묻더니 차량의 타이어를 살펴본 뒤 견적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놀라움과 함께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날 전화로 안내받은 금액보다 무려 14만 원이나 비싼 가격을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어제는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하루 만에 가격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점주는 통화 기록을 확인한 뒤 "그럼 어제 말씀드린 가격으로 해드리겠습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처음 안내받은 가격으로 교체를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만약 전날 미리 전화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비싼 가격을 지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사람을 보고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 '엿장수 마음대로' 식의 장사는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가격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단골손님이든 처음 방문한 손님이든 같은 기준으로 정직하게 응대하는 것이 상도의이며, 서비스업의 기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믿음이다. 처음 신뢰가 무너지면 이후 아무리 진심을 말해도 상대는 쉽게 믿지 못한다. 신뢰는 오랜 시간 쌓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물론 교체를 마친 뒤에는 할인을 적용해 주었고, 에어컨 필터도 서비스로 제공받았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상한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서비스 몇 가지가 무너진 신뢰까지 되돌려 주지는 못했다.
고객을 오래 붙잡고 싶다면 친절은 물론 정직함과 배려가 먼저여야 한다. '한 번 왔다 가는 손님이니 타이어만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결코 단골을 만들 수 없다. 서비스업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함께 파는 일이다.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는 업장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곳이라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좋은 평판도 따라온다.
새 타이어를 장착하고 돌아오는 길, 주행감은 분명 좋아졌다. 그러나 내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과 찝찝함이 오래 남았다. 좋은 제품을 얻었지만, 신뢰를 잃은 거래는 끝내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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