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연휴가 시작되자 손자들이 놀러 왔다. 필자에겐 외손자 두 명이 있는데, 여섯 살과 세 살, 둘 다 남자아이다.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이 아이들은 조금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노는 것도 항상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손자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부부는 반가움과 함께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책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고, 놀이터에도 함께 가야 한다. 이 모든 역할은 대부분 할머니의 몫이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옆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 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다. 잠깐 한눈을 팔면 벌써 무언가를 벌여놓는다. 손자들이 돌아가고 나면, 필자와 아내는 말 그대로 ‘녹초’가 된다.
처음 손자들이 도착했을 땐 너무 반가워 웃음꽃이 피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속으로는 ‘언제 가려나’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누군가 손자들에 대해 ""처음 몇 분은 반갑고, 그 다음부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했었는데, 가끔 그 말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손자들은 성격이 밝고 순하다. 할머니와 노는 걸 좋아하고,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도 잘 먹는다. 어린 손님이지만 잘 놀아주지 않으면 금세 심술을 부리고, 사고를 친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던 중, 큰 사고가 터졌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경찰관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찰이 우리 집에 왜?’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경찰은 112에 신고가 들어왔다며 출동한 것이라 했다. 필자는 깜짝 놀라며 ""신고라니요? 무슨 일인가요?""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큰 손자가 안방에서 전화기를 가지고 놀다가 112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경찰은 혹시나 긴급한 상황이 아닌가 싶어 급히 출동한 것이었다.
어떻게 112라는 번호를 알고 눌렀을까 생각해보니, 아마 유치원에서 위급상황에 대비해 교육을 받은 듯하다. 장난 전화였지만, 그 맹랑함에 웃음이 났고,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경찰관께 정중히 사과드리고, 앞으로는 아이가 전화를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약속드렸다. 헛걸음을 한 경찰관도 어이없고 황당했을 것이다.
손자들을 키우다 보면 참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그래도 이 소동이 지나고 나면, 또 웃음이 난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커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그랬다고요?"" 하며 깔깔 웃을지, 머쓱해할지 궁금하다. 손자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일상의 재미를 안겨주는 존재다.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BEST 뉴스
-
[데스크칼럼]세계를 경험하는 교육이 미래를 만든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시대다.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세상과 접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외에 나가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라는 ‘우물 안’에 머물러서는 넓은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 역시 교실 안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 -
[데스크칼럼]“사람은 본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꿈꿀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이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꿈이 없는... -
6,000원의 행복, 이 정도면 감동이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사무실에서 한참 기사를 쓰고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점심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선약이 없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지인은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한 한식뷔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취재 기사를 마무리하고 ... -
[데스크칼럼]행정수도 특별법,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김지온 취재본부장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이라는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지역 정가는 물론 시의회와 시민단체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호 세종시장 역시 이... -
[데스크칼럼]의정비 인상, 시민이 납득할 근거가 먼저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청주시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7%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당초 내년도 월정수당을 14.1% 인상해 달라고 의정비심의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정비심... -
[데스크시각]상가공실 발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김지온 취재본부장 충청권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상가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게 문을 닫은 빈 점포가 늘면서 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