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토요 에세이]사고뭉치 외손자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06.07 00:0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연휴가 시작되자 손자들이 놀러 왔다. 필자에겐 외손자 두 명이 있는데, 여섯 살과 세 살, 둘 다 남자아이다.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이 아이들은 조금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노는 것도 항상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손자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부부는 반가움과 함께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책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고, 놀이터에도 함께 가야 한다. 이 모든 역할은 대부분 할머니의 몫이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옆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 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다. 잠깐 한눈을 팔면 벌써 무언가를 벌여놓는다. 손자들이 돌아가고 나면, 필자와 아내는 말 그대로 ‘녹초’가 된다.

처음 손자들이 도착했을 땐 너무 반가워 웃음꽃이 피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속으로는 ‘언제 가려나’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누군가 손자들에 대해 ""처음 몇 분은 반갑고, 그 다음부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했었는데, 가끔 그 말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손자들은 성격이 밝고 순하다. 할머니와 노는 걸 좋아하고,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도 잘 먹는다. 어린 손님이지만 잘 놀아주지 않으면 금세 심술을 부리고, 사고를 친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던 중, 큰 사고가 터졌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경찰관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찰이 우리 집에 왜?’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경찰은 112에 신고가 들어왔다며 출동한 것이라 했다. 필자는 깜짝 놀라며 ""신고라니요? 무슨 일인가요?""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큰 손자가 안방에서 전화기를 가지고 놀다가 112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경찰은 혹시나 긴급한 상황이 아닌가 싶어 급히 출동한 것이었다.

어떻게 112라는 번호를 알고 눌렀을까 생각해보니, 아마 유치원에서 위급상황에 대비해 교육을 받은 듯하다. 장난 전화였지만, 그 맹랑함에 웃음이 났고,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경찰관께 정중히 사과드리고, 앞으로는 아이가 전화를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약속드렸다. 헛걸음을 한 경찰관도 어이없고 황당했을 것이다.

손자들을 키우다 보면 참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그래도 이 소동이 지나고 나면, 또 웃음이 난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커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그랬다고요?"" 하며 깔깔 웃을지, 머쓱해할지 궁금하다. 손자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일상의 재미를 안겨주는 존재다.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 경충일보 & www.kcilbo.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증평인삼골축제 이틀째 열기 ‘후끈’…방문객 발길 이어져
  • [인터뷰]윤건영 충북교육감 “AI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삶의 나침반’”
  • 장기수 천안시장 취임 100일…“시민 체감형 현안 해결 속도 낸다”
  • 증평투어패스, 관광객 발길 지역 상권으로 잇는다
  • [데스크칼럼]농어촌기본소득에 매달리는 이유는
  • 오세현 아산시장 “삼성 투자,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해야”
  • 괴산청결고추 올해 얼마?…1근 1만6천원으로 확정
  • 윤건영 충북교육감 “악성민원, 교사 개인이 감당하게 하지 않겠다”
  • [인터뷰]안신일 세종시의회 의장
  • 세종시의회 안신일 의장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토요 에세이]사고뭉치 외손자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