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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에세이]손자들이 다녀간 집은 전쟁터이자 천국이다

  • 김지온 기자
  • 입력 2025.08.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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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충일보 김지온 취재본부장.png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필자에게는 두 명의 손자가 있다. 둘 다 남자아이여서인지 장난기가 넘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손자들이 집에 오면 거실은 곧장 전쟁터로 변한다. 

 

그들을 위해 사다 놓은 미끄럼틀과 장난감이 있지만, 놀다 싫증이 나면 온 방 안은 금세 장난감들이 굴러다니며 난장판이 된다.

 

서로 먼저 미끄럼틀을 타겠다며 다투는 두 형제는, 양보는커녕 몸싸움까지 벌인다. 형에게 맞은 동생은 엉엉 울고, 동생은 복수라도 하듯 형을 때린다. 그 사이 집안은 온통 소란스럽다. 조용하던 일상은 사라지고, 그들의 웃음과 울음, 고함과 발자국 소리로 가득 찬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와 필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던 집이 손자들이 오는 날이면 마치 시장통처럼 변한다. 그러다 손자들이 돌아가고 나면,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마치 절간처럼 조용하다. 그제야 우리는 비로소 쉼을 누릴 수 있다.

 

조용해진 집에서 필자는 TV를 보거나 글을 쓴다. 글쓰는 일은 필자에게 작은 행복이다. 고된 작업이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다. 때로는 단어가 술술 떠오르고 문장이 잘 풀리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한 문장에 머뭇거리며 긴 시간 애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적절한 단어와 매끄러운 문장이 이어진다. 처음 얼개를 잘 짜고 구도를 잡으면 글은 잘 써진다. 반면, 아무런 구상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내 중심을 잃고 산만해진다. 마치 설계도 없이 지은 집처럼 엉성한 글이 된다.

 

필자는 언론인으로서 오래 일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단순히 생각을 옮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피와 땀,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글 한 편이 탄생한다. 

 

백지를 채운다는 것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백지를 다 채웠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은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손자들과 보내는 시끄러운 하루도 백지를 채우는 일과 비슷하다. 힘들지만 보람 있다. 세 살배기 손자는 또래보다 말을 잘하는데, 들을 때마다 놀란다.

 

얼마 전, 손자와 함께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을 때 미용실 원장이 “어떻게 깎아줄까요?” 하고 묻자, 손자는 주저 없이 “멋지게 깎아주세요!”라고 대답했다. 어린아이가 그런 말을 하다니, 참으로 귀엽고 대견스러웠다.

 

책을 좋아하고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서 그런가 보다. 손자들은 올 때마다 키도 말도 부쩍 자라 있다. 때로는 우리 부부를 귀찮게 하지만, 그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분명 행복한 순간들이다. 웃을 일이 드문 요즘, 손자들의 재롱 덕분에 우리는 웃고,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손자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시끌벅적한 너희가 있어 이 할아버지는 참 즐겁고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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