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온 총괄취재본부장
청명한 가을,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했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아침, 세종시 호수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이른 시각부터 축제를 찾는 차량들로 붐볐습니다. 차들은 몇 걸음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신호는 여러 번 받아야 겨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도로 옆에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공원 주변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가 되어 헛되이 자리를 찾다 되돌아가는 차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필자 역시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주차한 뒤, 발걸음을 재촉해 축제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오전이었지만 호수공원은 이미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칠 때마다 어깨가 부딪히기 일쑤였고, 그만큼 축제장의 열기와 기대감은 뜨거웠습니다.
아이 손을 꼭 붙잡은 가족,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 연인, 친구들, 노부모를 모시고 나온 자녀들까지—남녀노소 모두가 이 가을날을 함께 즐기고 있었습니다.
푸드트럭존에서는 줄을 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많아, 트럭 주인들은 쉴 틈 없이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체험 부스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쓰고, 놀며 한글의 재미를 몸소 느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날 가장 큰 환호를 받은 프로그램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였습니다.
하늘을 가르며 굉음을 내던 전투기들은 연기를 뿜으며 하늘 위에 하트 등 여러모양을 그려냈고, 관람객들은 감탄과 박수, 환호로 응답했습니다. 하늘과 축제가 하나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셀카를 찍는 사람들, 손을 맞잡고 호수길을 걷는 연인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까지—그 풍경은 마치 가을 속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한글 노래 경연대회’, ‘과거시험 체험극 한글대전’ 같은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이어졌습니다. 직접 쓰고, 말하고, 즐기며 한글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은 축제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고, 저녁 6시 30분.
축제의 개막식이 세종시 홍보대사이자 사물놀이의 거장, 김덕수 선생의 흥겨운 한마당으로 시작됐습니다. 장단에 맞춰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춤을 추었고, 북소리는 마음 속까지 울렸습니다. 그 순간은 전통의 흥과 현대의 감성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하늘을 수놓은 빛의 향연이었습니다.
수백 개의 불빛이 밤하늘 위에 ‘훈민정음’, ‘세종, 한글을 품다’라는 메시지를 그려냈고, 관람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휴대폰 카메라를 하늘로 향했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세종의 밤하늘에 수놓은 예술이었습니다.
연휴 내내 내리던 비로 답답했던 마음도, 오늘의 축제를 통해 맑게 씻겨나가는 듯했습니다.세종한글축제는 그저 한 번의 행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교감, 계절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져 시민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 가을날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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